일명 ‘할미넴’으로 유명한 배우 김영옥은 현재 86세에 이른바 전성기를 맞고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최근까지 힙합 프로그램과 토크쇼는 물론 드라마 영화 작품 등에 출연하며 연기자로서 좋은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런 그가 최근 배우 나문희와 함께 노년의 삶을 다룬 신작으로 찾아왔다.
[인터뷰] 80대 현역 나문희·김영옥, 꼭 하고 싶은 말 “나를 위해 살아가세요”
배우 나문희와 김영옥이 60년 우정을 녹여낸 영화로 설 연휴 관객을 찾아왔다. 연기 경력만 도합 131년을 자랑하는 두 배우는 희로애락이 깃든 노년의 삶과 더 나아가 존엄사에 대한 현실적인 직시로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설날 연휴 극장가를 겨냥해 2월7일 개봉한 영화 ‘소풍'(감독 김용균·제작 로케트필름)은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한 친구들의 우정을 그리는 작품이다. 절친이자 사돈 지간인 두 친구 은심(나문희)과 금순(김영옥)이 60년 만에 함께 고향인 남해로 여행을 떠나며 옛 친구인 태호(박근형)를 만나고, 16살의 추억을 다시 마주하면서 겪는 다양한 감정을 담았다.
영화는 노년의 우정이 웃음과 온기를 안기다가 이내 먹먹한 기분을 느끼게 하고, 끝내 보는 이들을 눈물 짓게 만든다. ‘소풍’은 과장 없이 담담하게 인생을 그려내는 베테랑 배우들의 힘이 여실히 느껴지는 작품이다.
영화 개봉 날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나문희와 김영옥은 “이렇게 특별한 작품을 다시 할 수 있을까 싶다”며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라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소풍’ 촬영 후…나문희와 김영옥에게 생긴 일
이날 두 배우는 영화 촬영 후 본인들이 겪은 ‘큰일’을 밝히면서 ‘소풍’의 내용에 더욱 이입할 수 있었다고 했다.
나문희는 ‘소풍’ 촬영을 끝내고 지난해 12월 남편상을 당했다. 그는 “촬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날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운동 좀 해라. 도봉산에 같이 가자’라고 말했는데, 그때 이 양반이 상태가 안 좋았던 것 같다”며 “길을 가다가 쓰러져서 머리를 꿰맸다”고 돌이켰다.
“제가 집으로 돌아간 뒤에 같이 도봉산에 갔는데 올라가지 못했어요. 집에 와서도 움직이질 못했고, 결국 병원에 가고 난 뒤로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어요.”
“병원에 있을 때 많이 사랑하는 시간을 보냈어요. 그런데 점점 몸이 나빠지더라고요. 7개월을 앓다가 갔죠. 우리 영감에게 고맙게 생각해요. 그이가 보태서 (영화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소풍’에는 요양원에 머무는 은심과 금순의 옛 친구가 나온다. 버려졌다는 충격적으로 제정신이 아닌 듯한 친구의 모습은 은심과 금순에게 두려움을 안긴다. 실제 남편이 병원에 있을 때 “요양원도 가봤다”는 나문희는 “우리 영화가 상당히 현실과 가깝게 표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영화를 현실로 봐줬으면 좋겠습니다. (은심, 금순과)비슷한 상황인 사람도 많을 텐데 부지런히 운동하고, 집 밖으로 나와 문화생활도 하고 다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특히 영화에서 은심은 자식한테 다 퍼주잖아요. 그거 절대로 안 될 것 같아요. 자기 자신을 위해 살고, 남으면 놓고 가면 되죠. 그걸 꼭 권하고 싶어요. 가기 전에 나눠주지 말고 꼭 나를 위해 살았으면 합니다.”
김영옥은 지난해 8월 샤워를 하다가 넘어져 응급실에 실려갔다. 그는 “꼼짝을 못 하게 됐다. 병원에서 소변을 받아내고 대변도 못 보면서 많은 걸 생각하게 됐다”며 “영화를 하기 전에 다쳤으면 역할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고 했다. 영화에서 금순은 고된 밭일로 심한 허리병을 앓으면서 기저귀를 차는 상황에 처한다.
“별안간 건강이 무너지는 소리가 보통이 아니더라고요. 살면서 그렇게 크게 다쳐본 것도 아파본 것도 처음이었어요. 감기 걸려도 하루 만에 낫던 사람이거든요. 돈이 있으면 낫겠지만 행복하지는 않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소풍’에서는 내 의지로 나의 마지막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렇지만 김영옥은 “영화를 보고 절대 ‘소풍’가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강조하면서 “조금이라도 젊을 때 건강을 생각해서 여러 생활을 잘 가꿔가면서 건강하게 늙으면 좋겠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하는데, 삶에서 즐거움과 건강을 찾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많은 분들이 자신을 너무 희생하지 않고, 나를 위하면서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 최고령 여배우들의 건강 유지 비결은?
나문희는 만82세, 김영옥은 만86세다. 최고령 여배우로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나이를 의식하면서 살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나문희는 “난 아직까지도 철없이 연기를 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며 “서양 영화도 많이 보는 편”이라고 웃었다. 김영옥은 “늙었다는 생각이 안 들고 내 안에 소녀 시절이 내재돼 욕심나면 반지도 사곤 한다. 영원히 안 늙는다”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집에서 자전거 타면서 몸 운동을 하고 요가를 통해 뇌 운동도 해요. 눈에 자꾸 눈곱이 끼니까 근육을 잡아주려고 눈도 크게 뜨고요. 어느 프로그램에서 의사가 눈도 운동을 하는 게 맞는다고 하더라고요. 몰랐는데 의학적으로 뭐가 있었나 싶었죠. (배우가)눈이 살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연기뿐만 아니라 제가 살려고 하는 거지만요.(웃음)” (나문희)
“배울 기회가 있어도 술, 담배는 안 했어요. 술은 먹고 나면 다음날이 안 좋더라고요. 제일 좋은 건 고량주죠. 하하. 건강을 위해 조금이라도 움직였습니다. 아파트 3층에 살 때는 엘리베이터를 안 타고 계단을 탔어요. 7층에 살 때도 걸어 올라가려고 노력했고요. 결혼 후에는 아이 보고, 남편 보면서 거의 짐승처럼 살았다니깐요. 근데 돌이켜보면 그게 건강 비결이 아닌가 싶어요.” (김영옥)
● 나문희 “임영웅에 흠뻑 빠져”, 김영옥 “임영웅은 첫사랑”
‘소풍’에는 국민가수 임영웅의 자작곡인 ‘모래 알갱이’가 OST로 삽입됐다. ‘모래 알갱이’는 엔딩곡으로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시적인 가사와 잔잔한 파도 소리, 서정적인 멜로디가 영화의 먹먹한 여운을 더욱 짙게 하는 역할을 해낸다.
임영웅은 영화의 메시지와 출연 배우들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곡을 사용하는데 동의했다. 이 인연으로 나문희와 김영옥은 최근 임영웅의 콘서트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나문희는 남편상 이후 임영웅의 노래로 많은 위로를 받았다는 사연을 보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나문희는 “영옥 언니가 임영웅씨 ‘찐팬’이다. 처음에는 ‘뭐 그렇게까지~’라면서 잘난 체도 했다”면서 “‘모래 알갱이’가 우리 영화에 나오기도 해서 콘서트를 가게 됐다. 그 세계는 정말 다르더라. 우리들의 세상에는 이것도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제 친구 중에 교장 선생님 했던 친구도, 어느 회사의 사모님도 있어요. 저보다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 거기에(임영웅) 미쳐있더라고요. 그리고 가보니 제가 미치겠더라고요. 그날 레퍼토리가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였는데, 너무 잘하더라고요. 흠뻑 빠졌죠.” (나문희)
김영옥은 “(김용균)감독님이 쓴 편지를 읽고 영화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하는데, 나와의 인연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믿고 싶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마음 같아서는 노래를 엔딩 말고 처음, 중간에도 깔고 싶은 마음”이라고 팬으로서 욕심도 드러냈다.
“임영웅씨는 내 첫사랑 같은 존재예요. 큰 탈이 없다면 영원히 안 지워질 것 같아요. 하하. (임영웅 팬들 중에)나를 위시해서 점잖은 노인네들이 많아요. 어느 정도 수준 있는 어른들인데 그런 분들이 와서봐주시면 좋지 않을까 해요.” (김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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