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민덕희’ 실제 주인공 김성자씨 “그때 멍청했던 게 아니라 절박했다”
“내 이야기를 해줄 영화가 나온다! 그것만 기다리면서 버텄어요.”
지금 극장가는 한 시민영웅의 이야기가 관객의 마음을 끌어당기며 흥행 몰이 중이다.
그 영화는 보이스피싱 조직을 추적하는 평범의 시민의 이야기를 그린 ‘시민덕희'(감독 박영주‧제작 씨제스스튜디오)다. 배우 라미란이 주연한 영화는 2016년 경기도 화성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에서 출발했다.
최근 맥스무비와 만난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 김성자씨는 “‘시민덕희’가 하루 빨리 개봉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얘기했다.
영화는 보이스피싱 사기로 전 재산을 잃어버린 평범한 여성인 덕희(라미란)를 주인공으로, 경찰 대신 직접 나서 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김씨에 따르면, 덕희가 급히 대출을 알아보던 중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하는 과정과 덕희가 사기를 친 조직원에게서 제보 전화를 받는 등 초반부 내용은 실제와 거의 같다. 이후에 덕희가 자신의 돈을 찾기 위해 직접 중국에 가 활약을 펼치는 장면은 영화를 위해 극화됐다.
그렇다면 실제 김성자씨가 겪은 사건은 어땠을까.
사실은 이랬다. 보이스피싱 총책(총책임자)이 명절을 쇠러 한국에 온다는 정보를 입수해 경찰에 알리고, 김씨는 총책의 집(국내) 앞에서 잠복하며 나타나길 기다렸다. 한국에서 못 잡는다면 지인이 있으니 중국까지 갈 참이었다.
“조직원을 구슬려 얻은 총책의 이름, 사무실 주소, 전화번호 등을 중국인 지인을 통해 확인해서 경찰에 알려줬지만 못 잡는다고 했어요. (총책이 타고 한국에 온다는)비행기 시간표까지 알려줬는데 ‘국적기면 모를까 공조도 안되고 좌석표를 몰라서 못 잡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경찰에 A사 비행기를 탄타는 것까지 알려줬어요. 그 뒤로 경찰의 연락이 끊겼어요. 저는 저대로 (총책의) 집 앞에서 잠복해 있었는데 이웃을 통해서 ‘언니가 쫓는 총책이 잡혔다고 뉴스에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죠.”
영화는 덕희가 조직의 총책까지 잡으며 통쾌한 결말을 맺는 듯 보이는데 현실은 달랐다. 김씨는 보이스피싱으로 날린 자신의 돈 3200만원도 되찾을 수 없었을 뿐더러 보이스피싱범을 잡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지만 최대 1억원으로 홍보됐던 신고 포상금도 받지 못했다.
김씨가 여러 차례 포상금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자 경찰에서 100만원의 보상금을 제안했다. 김씨가 납득할 수 없어 이를 받지 않고 이후 경찰청, 법무부, 청와대까지 민원을 넣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자신의 전 재산을 날린 순간부터 김씨의 삶은 억울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특히 “멍청해서 당하지”라는 총책의 조롱은 그의 자존감을 무너뜨렸다.
“그때 저는 멍청했던 게 아니라 절박했어요. 너무너무 억울해서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어요. 술과 수면제 없이는 잠을 잘 수도 없었죠. 그런 중에 영화사 직원이라며 젊은 여성 분이 찾아와서 말 없이 제 얘기를 2~3시간 동안 들어주며 같이 울어줬어요.”
“그분이 (박영주)감독님이었어요. 나중에 영화사 대표님과 같이 와서 ‘그만 싸우고, 그만 아프시라’고, 자신이 ‘영화로 잘 만들어서 세상에 드러내고 싶다’고 했어요. 감독님의 말에 진정성이 느껴져서 ‘하세요!’라고 말했죠.”
김씨는 영화 개봉만을 기다리며 지난 시간을 버텼다고 얘기했다. 그에게 영화를 어떻게 봤냐고 물었다. 곧바로 “재미있고 통쾌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라미란이 꼭 자기처럼 보일 만큼 연기를 실감나게 해줬다고도 얘기했다.
“영화를 본 가족과 지인들이 ‘어떻게 버텼냐’고 ‘아주 멋있다’고 박수쳐 주더군요. 감독님과 제작사 대표님은 각색된 부분에 대해 걱정을 했지만, 그분들 덕분에 제가 이렇게 ‘억울하다’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잖아요. 그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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