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이 만든 진풍경… 열받아서 시작된 ‘심박수 챌린지’
“영화 볼 때 스마트워치를 차고 보면 심박수 경고음 들려요.”
“심박수 챌린지까지 나올 정도로 전두광 때문에 열받는데… 솔직히 영화 자체는 너무 재미있어요.”
‘서울의 봄’이 극장에서 진풍경을 만들고 있다.
개봉 직후부터 ‘잘만들어서 화나는 영화는 처음’이라는 관객들의 평가가 나올 정도로 보는 이들을 ‘열받게’ 만들더니 급기야 스마트워치를 차고 영화를 보는 동안 자신의 심박수를 확인해 인증하는 이른바 ‘심박수 챌린지’가 벌어지고 있다. 100BPM 아래로 평온하게 유지되던 심박수가 영화 시작과 동시에 점차 오르더니 엔딩 부분에 이르러 180BPM까지 치솟는 경우도 빈번하다.
● 현재 진행형 비극이라는 사실이 일으킨 분노
지금 SNS에서는 ‘서울의 봄’ 관객들이 주도하는 ‘심박수 챌린지’가 활발하다. 관람 이후 자신의 스마트워치를 화면을 찍어 SNS로 공유하거나, 스트레스 지수까지 함께 책정해 알리는 움직임이다.
SNS에서 확인되는 ‘심박수 챌린지’ 인증 사진들에서는 관람 시간대별로 심박수가 올라가고, 스트레스 지수가 상승하는 모습이다. 온통 붉은 색으로 채워진 스마트워치 스트레스 지수 화면을 캡처해 인증하는 챌린지 역시 눈길을 끈다.
관객이 느끼는 이 같은 분노는, 결국 영화가 다룬 신군부에 의한 정권 찬탈이 40여년 전 일어난 과거의 사건이 아닌 현재 진행 중인 비극이라는 사실에 갖는 울분의 표현이다. 무자비한 방식으로 정권을 차지한 신군부라는 가해 세력보다 이를 막지 못한 무력감이 관객을 분노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에 힘입어 흥행 돌풍은 시작됐다.
‘서울의 봄’은 22일 개봉 이후 24일부터 26일까지 첫 주말동안 149만4169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동원하면서 누적관객 189만2703명이 됐다. 일찌감치 N차 관람도 일어나고 있다.
이미 영화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개봉일인 22일 당일 영화를 2번 연속해 관람했다는 인증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개봉 첫 주말이 지나는 동안 N차 분위기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한번 볼때 영화에 압도돼 실제 역사와 캐릭터 등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관객들이 12·12 군사반란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쌓은 뒤 다시 한번 작품을 관람하려는 발길을 이어가고 있다.
개봉 이후 ‘영화를 보고 눈물이 난다’는 의견도 줄을 잇는다. 감동의 눈물, 슬픔의 눈물이 아닌 ‘분노의 눈물’, 뒤이어 찾아오는 ‘무력감의 눈물’에 가깝다. 예상하지 못한 채 터지는 눈물로 인해 관객 자신이 당황스러웠다는 리뷰도 SNS에서 자주 목격된다.
오랜만에 ‘부모님과 함께 보는 영화’의 진가도 발휘하고 있다. 부모 세대가 직접 겪은 역사를 극화한 작품을 자녀 세대와 함께 보는 ‘가족 관람’ 분위기에 힘입어 첫주 149만 관객 동원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보통의 영화가 사전 기대치가 높으면 그만큼 실망도 크게 나타나지만 ‘서울의 봄’은 예외다. 한껏 높아질대로 높아진 기대치가 영화 흥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보기 좋게 깨트리고 있다.
실관람객이 점수를 부여하는 CGV골든에그지수는 열기를 확인하는 징표로 주목받는다. 27일 낮 12시 현재 99%를 기록하고 있다. 압도적인 수치다.
배우들도 관객이 느끼는 뜨거운 ‘분노’에 동참했다.
배우 정우성은 25일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무대인사에 참여해 “영화를 보면서 여러분 마음 안에 있는 이태신과 대면했길 바란다”며 “여러분 마음 속의 이태신을 계속 응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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