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이토록 예쁘고 애달픈…조현철 감독의 눈부신 데뷔작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훔바바가 누구야?”
세미가 묻는다.
‘훔바바와 키스하고 싶다’는 하은의 메모에서 본 누군가의 이름. 훔바바가 누구인지 대답하지 않고, 함께 가기로 한 수학여행도 못 갈 것 같다는 하은에게 세미는 골을 낸다.
세미가 이러는 이유는 하나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또한 나만 좋아하기를 바라는 마음. 사랑이다.
“넌 왜 네 생각만 하는데?”
하은이 묻는다.
반려견을 잃고 다리까지 다쳐 심란한 하은은, 수학여행에 같이 가자며 막무가내로 고집을 부리는 세미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것이 여간 서운한 게 아니다.
하은이 이러는 이유도 하나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누군가의 관심을 받고 이해를 받고 싶은 마음. 사랑이다.
“너무 좋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좋아하는 마음을 이토록 잘 표현한 말을 달리 찾을 수 있을까.
감정 표현에 솔직한 사람도 그렇지 못한 사람도 사랑 앞에서는 모르는 것 투성이고 실수 투성이다. 세미가 화를 내는 것도, 하은이 서운해하는 것도 좋아해서 오해하고, 좋아해서 상처받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영화 ‘너와 나’는 세미(박혜수)와 하은(김시은), 두 소녀의 풋풋한 사랑을 그린다. 이들을 통해 누군가를 좋아하며 겪게 되는, 설레고 기쁘고 화나고 슬프기도 하는 사랑의 다양한 모양을 포착한다. 하은을 향한 마음이 넘쳐흘러 주체하지 못하는 세미와, 세미에 대한 감정이 놀라워 혼란스러운 하은의 순수한 모습을 비춘다.
이들의 사랑과 동시에 ‘너와 나’는 죽음도 담는다. 영화는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리는 세계관을 펼쳐놓고 죽은 소녀, 죽은 새, 죽은 반려견의 이미지로 이들의 사랑이 도달하게 될 종착지를 암시한다.
그러나 “죽음은 존재 양식의 변화”라고 하지 않나. 사라져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꽃이든 새든 반려견이든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가 다양한 생명체를 비롯한 주변에도 애정 가득한 관심을 쏟는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너와 나’는 너와 나로 연결된 하은과 세미를 통해 사랑과 죽음이 동떨어진 것이 아님을 말한다. 이를 통해 영화는 죽음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고 사랑의 의미를 새롭게 환기시킨다. 그 끝에 이르는 세미의 고백은 너무나 생생하고 따뜻하다.
‘너와 나’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출을 전공한 조현철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감독은, 10녀 소녀들의 사랑이야기에 세월호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녹였다. 유려하개 은유하며 2014년 4월16일의 일로 파고들어 현실과 공명해 가슴 뻐근한 감동을 일으킨다.
작지만 비범하고, 예쁘지만 애달픈 조현철 감독의 눈부신 데뷔작, ‘너와 나’다.
감독: 조현철 / 출연: 박혜수, 김시은 외 / 제작: 필름영 / 개봉: 10월25일 /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장르: 드라마 / 러닝타임: 118분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