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포함 돼 있습니다)
[리뷰: 포테이토 지수 84%] ‘천박사’님! 2편에서 또 만나요
98분의 러닝타임이 순식간이다. 치명적인 매력을 장착한 캐릭터, 그 캐릭터에 녹아든 배우를 스크린을 통해 마주하는 데 98분은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다.
강동원이 오랜만에 진가를 제대로 발휘했다. 비단 연기 뿐만이 아니다. 자신이 가진 외형의 강점, 그동안 다양한 작품을 통해 차곡차곡 쌓아올린 다채로운 표현과 노련미를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 다가오는 추석 연휴에 폭넓은 관객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을 높이는 이유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는 강동원으로 출발해 강동원으로 마무리하는 영화다.
강동원은 ‘천박사 퇴마 연구소’를 내놓으면서 비슷한 오컬트 장르라는 점에서 앞서 주연한 ‘검은 사제들’과 비교됐고, 가짜 퇴마사라는 역할 설정 탓에 괴짜 도사로 활약한 흥행작 ‘전우치’와 비슷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기우’로 남았다. 강동원은 ‘천박사’라는 또 하나의 새로운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당초 영화의 원작인 웹툰 ‘빙의’와 같은 제목으로 기획돼 촬영까지 마쳤지만, 개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천박사’를 내세운 제목으로 바꾼 건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읽힌다. 부제에 붙은 ‘설경’은 극중 귀신을 가두는 부적을 뜻한다. 직관성이 뚜렷한 제목으로 영화의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영리한 선택으로 관객을 겨냥한다.
● 웹툰 원작의 강점과 약점이 확실
천박사는 마을을 지키는 영험한 무당 집안의 장손. 귀신 들린 이들의 의뢰를 받아 살아가는 퇴마사이지만, 사실 그의 퇴마는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데서 시작한다. 알고보면 정신건강을 전공한 의사인 천박사는 파트너 인배(이동휘)와 함께 전국을 다닌다. 그가 지나온 여정의 지표는 마치 무언가를 찾는 듯 하고, 그 비밀은 극이 진행될수록 하나씩 드러난다.
카드빚 독촉에 시달리는 천박사 앞에 거금 5000만원 들고 의문의 여인 유경(이솜)이 찾아온다. 동생의 퇴마를 부탁하는 그녀의 손에 이끌려 지방의 낯선 마을에 당도하는 천박사는 그 마을에 깃든 미스터리한 기운을 감지한다.
천박사의 여정에는 인배가 함께하고, 천박사 집안에 닥친 비극을 알고 있는 조력자 황사장(김종수)이 동행한다. 천박사는 유경의 의뢰를 통해 마을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일이 범천(허준호)이라는 인물과 연관돼 있음을 알게 된다. 범천은 인간의 영혼을 지배하는, 불멸을 원하는 존재. 그에게 가까이 다가갈수록 천박사 일행에 닥친 위험은 커져만 간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는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의 강점이 분명한 작품이다. 귀신을 보지 못하는 가짜 퇴마사, 사람들의 신체 일부를 손에 넣으면서 그들의 영혼을 조종하는 악령, 그를 추종하는 광기의 세력 등 설계가 개성 넘치는 상상력으로 이뤄졌다. 그동안 오컬트 등 판타지 장르의 영화들에서 봐 왔던 설정에서 한발 더 나아간 상상력이 신선하다. 어느 정도 흥행에만 성공한다면 후속편은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영리한 프랜차이즈다.
하지만웹툰 원작이 지닌 약점도 있다. 빌런 범천이 강력한 악령으로 그려지지만 그 탄생의 비밀이나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현혹하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 범천을 찾아가는 천박사 일행의 여정이 헐겁게 단순한 구조로 이뤄지는 점도 아쉬움이다. 다만 이런 아쉬움이 영화 전체의 재미를 반감시킬 정도는 아니다.
● 영화 지배하는 매력적인 캐릭터 천박사 그리고 범천
‘천박사 퇴마 연구소’는 강동원이 자신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인 작품이다.
극이 진행될수록 과거의 아픈 가족사가 드러나고, 그 때마다 인물의 깊이를 달리하는 강동원의 모습은 그 자체로 천박사가 된듯한 인상을 남긴다. ‘전우치’부터 ‘초능력자’를 거쳐 ‘검은사제들’까지 판타지의 장르에서 가장 어울리는 배우라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한다. 추석 연휴동안 커다란 스크린에서 천박사 강동원이 휘두르는 현란한 칠성검 액션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천박사 퇴마 연구소’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
영화를 처음 공개한 언론시사회 직후 강동원은 “나이들어가는 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나이듦에 따라 앞으로 더욱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여유의 표현이다. 배우의 이런 자신감은 ‘천박사 퇴마 연구소’에서 고스란히 확인된다.
빌런 범천 역의 허준호는 사실상 ‘천박사 퇴마 연구소’를 가능케한 또 다른 인물이다. 등장할 때마다 긴장감을 형성한다. 물론 범천의 서사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 아쉬움도 남지만, 그런 아쉬움을 떠올릴 겨를도 없이 강력한 카리스마를 뽐낸다.
사실 강동원과 허준호 뿐 아니라 이솜, 김종수 등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의 개성과 매력이 확실하다. 특별출연 형식으로 참여한 배우 박정민의 등장 장면은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과 웃음의 연속. 심지어 블랙핑크의 지수까지 ‘반전의 캐릭터’를 맡아 특별출연으로 등장, 단번에 시선을 빼앗는다.
감독 : 김성식 / 출연 : 강동원, 허준호, 이동휘, 이솜, 김종수 외 / 제작 : 외유내강 /개봉 : 9월27일 /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장르 : 오컬트 미스터리 / 러닝타임 : 9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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